2024년 2월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애플 경영진은 최근 전기차 연구 조직인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체하기로 하고 관련 직원 2000여 명에게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이들 직원 중 상당수는 인공지능(AI) 부서로 이동할 예정이다. 일부 인력은 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2014년 애플카 개발에 나섰다. 공식 발표한 적은 없지만 ‘바퀴 달린 아이폰’ 개념의 자율주행 스마트카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기술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다른 회사의 전기차와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회의론이 내부에서 거듭 제기됐다.
애플은 그동안 애플카 개발을 공식 발표한 적이 없지만,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으로 개발을 계획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애플은 지난 10년간 차량 개발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를 '애플 카플레이'(자체 운영체제와 차량을 통합한 커넥티드카 서비스) 기능 고도화에 활용, 차량제어 및 모바일 앱의 차량 연동으로 관련 서비스를 확장할 여지는 여전히 존재한다"라고 예상했다.
애플이 오는 2027년 전기차 ‘애플카’를 출시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을 추진한다. 현대차가 이번 사례를 통해 전기차 분야에 대한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보였다.
현대차는 8일 “애플과 (애플카 출시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생산, 배터리 개발 등 애플카를 출시하는데 필요한 하드웨어(HW) 분야에 대해 현대차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국가별 친환경 규제와 시장 요구 등 요인으로 인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8년 테슬라 출신 더그 필드 부사장을 영입했고, 미국 증권가에서 ‘애플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테슬라를 인수할 적기’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애플은 그간 정보기술(IT) 분야 역량을 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에 적극 활용해왔다. 2014년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명의 자율주행차 사업부를 만들어 자동차를 개발했었고 애플 카플레이를 출시해 주요 완성차에 활발히 도입했다. BMW와 함께 스마트폰을 차량 문 손잡이에 갖다대면 잠금 해제되는 디지털 키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등 미래차 기술을 발굴하는데 협력해오고 있다. 애플카는 그간 애플에 축적돼온 자동차 전장 사업 역량의 결정체인 셈이다.
애플이 다만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는 등 본격적인 자동차 제조업을 영위할 방침을 세우진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제조업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큰 사업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호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도 애플의 자동차 제조업 진출 여부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워런 버핏 CEO는 지난 2018년 애플의 테슬라 인수 가능성을 두고 “차를 판매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다 경쟁이 심하다”라며 “또 업계 내 선도 기업이라고 해서 업계 내 이점이 없는 등 시장 특성 때문에 사업 성패 여부가 매년 엇갈릴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알려진, 애플의 테슬라 인수 거절 사건도 이 같은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이 이번에 현대차에 접촉한 것은 전기차에 관한 생산 역량을 눈여겨봄에 따라 나타난 사례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시리즈를 올해 이후 꾸준히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성능에 최적화한 플랫폼과 배터리팩 등 장치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 업계에서도 현대차의 이같은 경쟁력이 애플의 사업 계획에 도움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전기차 상품성과 생산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는 점은 소프트웨어(SW) 역량을 무기로 파트너를 찾는 애플 같은 IT 업체에 매력 포인트로 여겨질 것이란 관측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 구글 등 데이터 업체들은 마지막 데이터 시장인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하드웨어적 기술을 실현할 차량 대량생산 역량이 부족하다”며 “현대차그룹이 높은 전기차 상품성을 바탕으로 판매실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애플 협력사가 될 것이란 전망은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자동차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 건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이슈가 현재로선 애플의 보편적인 전략 제휴 계획 일환으로 현대차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정도의 가치를 지닐 뿐이란 분석이다. 양사가 향후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협력 수준을 구체화한 뒤에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분야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애플에게 현대차는 수많은 제휴 후보 가운데 하나”라며 “향후 협력한다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을지가 구체화해야 파트너십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