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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경영관리

두산그룹 반도체 후공정 사업확대 준비

by 비즈지니 2024. 1. 25.

두산그룹이 반도체 후공정 사업 확대를 위해 SFA반도체 인수를 추진 중이다. 반도체 테스트 사업에 이어 패키징 사업까지 진출해 후공정 턴키 서비스 구축을 위해서다. SFA반도체는 SFA의 반도체 후공정 자회사다. SFA가 지분 54.95%를 보유 중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SFA반도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22년 4600억원을 투입한 테스나(현 두산테스나) 인수 이후 두 번째 대형 반도체 기업 인수건이다. 이를 위해 ㈜두산 CSO 신사업전략팀에서 사업성 평가 등을 위한 영업실사(CDD)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테스나 인수 이후 지속적으로 패키징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었다"며 "현재 두산그룹과 SFA가 SFA반도체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 SFA반도체 매각 추진 당시 희망가보단 낮은 금액으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FA반도체는 국내 대표적인 외주 반도체 패키지·테스트(OSAT) 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부터 임베디드 멀티칩패키지(eMCP),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주 고객사다. SFA반도체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3407억원, 110억원이다.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은  37.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2022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98억원 수준이다.

두산그룹이 다시 뛴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최단기간 채권단 관리를 졸업한 데 이어 그룹 차원의 M&A도 재가동에 들어갔다. 차기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원전을 비롯, 신재생에너지, 가스터빈, 수소까지 완벽한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다. 1896년 '박승직 상점'에서 출발한 대한민국 최고(最古) 기업, 두산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신재생에너지 뿐 아니다. 두산그룹이 채권단졸업과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 약진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연이어 신사업을 매각하며 몸을 가볍게한 두산이 반도체사업 진출 승부수를 던졌다. 추가로 우량 매물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두산그룹은 테스나 인수를 통해 그룹 사업포트폴리오를 기존 △차세대에너지(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 등) △산업기계(밥캣 등)에 △반도체·첨단IT를 더한 3대 축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AI(인공지능) 등 신사업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8일 이사회서 최종 확정된 두산의 테스나(TESNA)인수에 대해 시장은 두산 약진의 새로운 시그널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테스나는 반도체 후공정 시험점검 전문 기업이다. 테스나 인수로 두산은 반도체 사업에 전격 진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협력사로 두게 됐다.

두산이 인수 M&A(인수합병)를 단행한건 2016년 미국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기업 원에너지시스템즈(현 두산그리드텍) 인수 이후 6년만이다. 주력인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직격탄을 맞으며 재무상태가 약화된 두산은 이후 매각 M&A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두산중공업이 클럽모우와 두산인프라코어를, (주)두산이 두산솔루스, 두산모트롤, 산업차량BG를 연이어 팔았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노스홀 외벽에 부착된 두산 로고/사진=뉴스1


6년만에 단행된 테스나 인수는 여러모로 거침없는 인수를 통해 성장하던 당시의 두산 M&A 문법을 닮았다. 테스나는 카메라이미지센서와 무선통신 등 주요 반도체 제품 후공정을 시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웨이퍼 시험점검 시장 점유율 1위다. 두산으로서는 업계 1위를 인수하며 전혀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한 셈이다.

인수 방식도 두산답다. 인수단가가 크게 뛰었지만 아랑곳 않고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테스나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벌어지는 가운데 몸값이 급등했다. 에이스에쿼티파트너스가 2019년 2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3년만에 몸값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고민할법도 했지만 좌고우면 없이 4600억원에 인수 도장을 찍었다.

테스나 인수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게 된 두산은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테스나 인수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사업 물꼬를 튼 후 추가 M&A를 통해 새로운 동력 발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사업의 활용 영역도 넓다. AI,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빅데이터, 5G, 전기차·자율주행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글로벌 산업 메가 트렌드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둔 신사업 진출 루트가 열린다는 의미다.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지갑이 얇아졌다는 것도 두산의 신사업 진출 의지를 강하게 만든다. 테스나는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이다. 작년 매출은 2075억원으로 두산 전체 덩치에 비해 크진 않지만 영업이익 540억원(전년비 76.8% 증가)을 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몸값이 비싸졌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해 테스나를 인수한 것을 보면 앞으로 두산이 어떤 형태로 M&A 전략을 펼쳐갈지 짐작할 수 있다"며 "채무 감축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 초고속 정상화 이룬 두산의 결기

 


"노사 상호신뢰 기반하에 최선의 협조로 신속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정상화를 빨리 이루는 것이고 지역회생과 기업회생을 돕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말이다. '상호신뢰'의 원칙은 채권자와 채무자는 물론 모든 이해관계자에 통용된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두산중공업 채권단 관리가 조기에 끝날 수 있었던 가장 주효한 한 가지로 이 부분을 꼽았다. 산은이 견지해왔던 구조조정의 3대 원칙인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 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 등에서 두산 측은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2020년 3월 두산중공업이 산업은행 기업금융실 문을 두드렸을 당시만 하더라도 두산중공업의 재무 상황은 '중환자'에 비견될 정도로 심각했다.

2014년 당기순손실로 돌아서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그 규모만 총 3조5000억원이 넘었다. 2019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4조9000억원, 부채비율은 243.3%에 달했다.

국제사회가 탈석탄 움직임을 보이면서 GE, 지멘스 등 내로라하는 발전 관련 기업들이 수주 타격을 입었는데 두산중공업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때마침 닥쳤던 코로나19(COVID-19) 위기는 시장 유동성을 경색시켰고 두산중공업 역시 단기채 차환길이 막히면서 국책은행에 긴급지원을 요청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실사를 거쳐 자금지원이 이뤄졌겠지만 절차를 따지다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두산중공업에 대해 회계법인의 실사 완료 전 1조8000억원이 우선 지원됐고 실사 후 1조2000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산업은행은 적기 신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기업금융실 담당 인력을 포함한 구조조정본부에 일을 맡겼고 과거 금호타이어, 조선사 구조조정을 맡았던 '에이스' 인력들도 불러 모았다. 두산 측도 회장을 비롯 임원 급여반납, (주)두산과 오너 일가 주식 담보를 제공했다.

국책은행의 이같은 지원 결정에는 두산중공업이 국내 에너지공급 근간이 되는 발전설비사업의 중추였다는 점도 고려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두산 측은 자구안 마련에 시간을 끌지 않았다. 두산그룹이 직접 '뼈를 깎는 자세'라고 언급할 정도의 고강도 재무개선계획안을 내놨는데 노사 진통을 감내한 구조조정은 물론 증자, 자산매각 등 할 수 있는 노력은 모두 포함시켰다. 모두 3조원 규모였다. 4월부터 채권단과 논의를 시작해 6월 초 최종 확정됐다. 특히 두산솔루스, 두산인프라코어 등은 알짜 매물이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두산의 결단을 두고 고(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걸레론'이 또 한 번 회자됐다. 외환위기가 불어닥쳤던 1990년대 후반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며 지론을 갖고 알짜기업이던 OB맥주 등 식음료사업을 매각, 기업을 지켰다. 이는 전화위복으로 두산그룹이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존속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두산중공업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100년을 넘긴 국내 최장수 기업의 저력이 여기서 나오는 듯 했다"며 "과거 OB맥주, 삼화왕관 등을 매각했을 때처럼 기업을 살리기 위한 결단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해관계자들이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해당 기업과 오너 일가가 손에 쥔 것을 놓는 것을 주저해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시장 심리가 급속도로 악화돼 손 쓸 수조차 없어진다는 점을 두산은 잘 알고 있었다"며 "조기에 단호한 결정을 내려서 시장에 신뢰를 준 영향이 컸고 따라서 두산중공업 구조조정은 사실상 초반 3개월에 윤곽을 다 잡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은 8년 만에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순차입금은 3조9000억원으로 낮아졌고 부채비율은 171.6%로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올렸고 등급전망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두산은 지난 2월 말 채권단과 두산그룹간 체결했던 재무구조 개선약정에 의한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국책은행 문을 두드려 긴급자금을 지원요청한지 23개월 만이다. 산은과 수은이 적기에 신속·과감하게 지원했고 기업은 자구노력을 성실히 이행, 짧은 기간에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모범 사례로 남게 됐다.